[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09) 가족끼리 무슨 섹스야?
"가족끼리 무슨 섹스는 섹스냐? 그건 근친상간이야."
B양이 대뜸 말했다. "성생활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라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녀는 나와 만나자마자 남편 욕을 늘어놓고 있었고, 결혼 3년 만에 남편에 대해 긴 불만을 늘어놓는 건 근본적으로 섹스 횟수나 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B양을 10년 넘게 알아온 나로서는 그녀의 반응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결혼 전 그녀는 나와 섹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언니 중 하나였다. 항상 서너 명의 파트너가 있었고 섹스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민망할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섹스에 대해 그토록 무료한 표정으로 '가족끼리 섹스' 운운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너도 애 낳아봐라,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이 달래야지, 겨우 잠들었다 싶으면 빨래에 청소해야지, 아이 입맛에 맞춰 밥 해야지, 때 되면 애 데리고 시댁 가야지, 잠은 모자라지…… 겨우 잠들라 치는데 남편이 옆에서 꼼지락꼼지락하면 진짜 짜증나는 거야. 게다가 앞으로 애 교육시킬 거 생각하면 남편이 돈 잘 못 벌어오는 것도 얼마나 밉상인지."
아, 이게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와이프가 섹스를 거부합니다. 바람피우고 싶진 않은데 성욕은 줄어들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내게 질문을 보내왔던 40대 남자 독자가 떠오른다.
그런데 어찌 여자만 문제랴.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 5년차에 접어든 남자 지인은 말했다. "우리 애 엄마랑 어떻게 섹스를 하냐? 키스하고 꼭 껴안고 입으로 이렇게 해줘라, 이 체위 한번 해보자…… 밤에 이러다가 그 다음날 밥상머리에 앉아서 월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아이들 교육 문제를 나눈다고 생각해봐. 그게 얼마나 우습고 민망한 일이냐. 특히 지난달 내 카드 내역을 꼬치꼬치 캐물을 때나 양말 좀 제대로 벗어놓으라고 잔소리할 때면 섹스는커녕 같은 침대에 있는 것조차 싫을 정도라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정보다는 삶을 함께 겪어나가는 '동반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부부 관계. 여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적 관계에서 섹스는 어쩌면 아주 작거나 혹은 사치스러운 무엇일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아주 많은 부부들이 평생 욕망 없이 살거나 혹은 참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만드는 부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누라 혹은 남편만 아니면 누구와도 섹스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섹스하고 싶지 않은 남자와는 연애도 하고 싶지 않고, 열정 없는 연애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년 싱글인 나로서는 "다른 부부들도 그렇게 하고 살아, 어떻게 하겠어. 결혼생활은 유지해야지" 하는 그들이 불쌍하고 슬퍼 보일 따름이다.
남들 눈치 보며 모텔 들락날락하기 싫어 결혼했다는 그 남자, 그 여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속궁합이 잘 맞아서 결혼하고 싶다는 그들은 또 어디로? 정말 가족끼리는 섹스하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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