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양재천 산책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10. 18. 10:14

‘1982년 초만 해도 논밭과 구릉지로 찬바람이 몰아치던 개포지구가 이제 시가지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지구를 동서로 가르고 흘러가는 양재천은 쾌적한 시가지의 강변공원역할도 할 수 있도록 가꿀 계획으로 7개의 교량이 놓이고 녹지대를 두른 제방도로가 양쪽으로 펼쳐지게 된다’ 1983년 12월 26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다.

 

경기 과천과 서울 남부를 지나는 양재천은 강남권 개발이라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한때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는 ‘죽음의 하천’으로 곤욕을 치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양재천은 250여 종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하루 평균 1만 여 명의 시민이 애용하는 생명의 하천으로 거듭났다. 생기가 피어나는 양재천 물길을 따라 발맘발맘 길을 나서본다. 

양재천 지도 보기

논틀밭틀 휘돌던 물길, 도시 따라 직선 되다

양재천은 관악산에서 발원해 과천 구간을 거쳐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 지나 탄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현재 하천연장 18.5km에 달하는 양재천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논밭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던 사행천(蛇行川)이었다. 원래 이름은 공수천(公需川 또는  公須川)이었는데 이제는 인근 지명만이 옛 물길을 짐작케 한다. 양재천 물길 위 여울이 형성되는 곳에 백로가 날아들었다는 ‘학여울(학탄:鶴灘)’, 대치동 미도아파트 부근에 있던 포구(浦口)의 흔적 ‘개포동(開浦洞)’ 등이 그것이다.

 

한강으로 직접 흘러들던 양재천은 1970년대 개포토지구획정리사업을 거치면서 탄천으로 합쳐지는 직선형 수로를 갖게 됐다. 하지만 양재천은 새로운 물길과 함께 죽음의 하천으로 변해갔다. 1995년 양재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평균 15mg/l, 5급수의 수질이었다. 하천에 서식하는 어류가 한 마리도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양재천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자연형하천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복원사업은 생물 서식처와 경관 등 하천의 모습을 본래 자연상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1995년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어류가 2001년 20여 종으로 늘어났고 10종에 불과했던 조류도 42종으로 다양해졌다.

 

  • 1 1983년 12월 26일 경향신문에 실린 개포지구 종합개발계획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 2 양재천 자연형하천복원사업 전(위)과 후(아래). <강남구청 제공>

 

 

동식물의 보금자리, 사람에겐 산책길

되살아난 자연환경과 더불어 양재천의 매력을 꼽자면 잘 정비된 산책로를 들 수 있다. 하천과 동행하며 좌우로 뻗은 산책로는 높낮이가 다른 세 개의 길로 설계되어 있다. 물가 옆 가장 낮은 길은 자전거도로, 그보다 높은 위치의 길들은 보행자를 위한 것이다. 특히 자전거도로는 과천에서 시작해 서울시 서초구와 강남구를 지나 탄천 자전거도로와 이어지기 때문에 자전거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길이다. 보행자를 위한 두 개의 길은 높이가 다른 만큼 걷는 느낌 또한 다르다. 가장 높은 길은 양재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보다 낮은 길은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어 포근한 느낌이다. 띄엄띄엄 놓여 있는 징검돌을 건너 양재천 양쪽 산책로를 오가는 경험 또한 도시 속 하천의 색다른 묘미다. 

 

서초구 우면동 주암교에서 강남구 탄천까지 약 12km에 달하는 산책로를 100% 활용하려면 구간별 풍경과 시설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영동 1교 주변에는 문화예술공원, 시민의 숲 등이 있고, 영동 2교를 지나 매봉역 부근에는 물놀이장, 생태학습장이 있다. 양재동과 도곡동 사이 영동 1교부터 영동 2교까지의 둑길에는 카페거리가 형성돼 있어 데이트를 하기에도 좋다. 서초구는 약 700m 정도 되는 이 구간을 ‘연인의 길’로 지정하고 2009년 10월에는 ‘와인 축제’도 개최했다. 개포역 인근 양재천에는 벼농사장과 썰매장이 있어 계절별로 체험거리가 풍부하다. 학여울역 인근에는 수생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원은 물론 철새도래지와 전망대가 있어 나들이 포인트가 된다.

 

 

하천이 만드는 도시 속 자연이야기

요즘 양재천을 걷다 보면 영동 2교와 3교 사이에서 공사현장을 맞닥뜨리게 된다. 첨단 수질정화시스템(CAP)을 설치하는 공사다. 지난 97년 영동 2교~영동 3교 사이에 설치한 수질정화시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안정적인 수질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새 정화시스템이 완공되면 하루 4만5천 톤 가량의 양재천 유량을 물리·생물학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강남구는 평균 3~4급수인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유지하는 반영구적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양재천은 오는 2013년 대모산과 세곡천 등으로 연결되는 천산(川山)길로도 이어진다.  강남구는 양재천, 탄천, 대모산 등산로, 세곡천을 잇는 총 21km의 순환로를 통해 사람은 물론 동물이 오갈 수 있는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생태계가 살아난 양재천은 도시 속 자연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는 길
양재천 산책로는 경기 과천부터 서울 서초, 강남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서울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대치역, 도곡역, 매봉역 또는 분당선 지하철 대모산입구역, 개포동역, 구룡역 등을 이용해 가까운 구간까지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자동차를 몰고 온다면 경부고속도로 서초IC나 양재IC로 나와 영동1교 방면으로 오면 된다. 양재천 주변 곳곳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요금은 10분당 300원 정도다.

 

기타 내용
강남구 양재천 홈페이지 (http://ypark.gangnam.go.kr/)에서 산책로 구간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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